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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

by AuroraTM 2023. 3. 26.

인간 실격은 본래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속이고 거짓된 행동으로 살아가다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멸의 길로 빠져드는 이야기다. 얼핏 보면 사회 부적응자 같지만,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과 너무 많이 타협하며 살고 있어서 본래의 나를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

요조 주인공, 시골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
다케이치 중학교 친구, 요조의 거짓 성격을 처음 알아버린 사람
호리키 고등학교 시절 화방에서 만난 미술 학도
쓰네코 요조가 본인의 솔직한 성격을 처음 드러낸 사람이며 요조와 함께 자살 시도하여 목숨을 잃은 사람
넙치 아버지의 도쿄 별택에서 아버지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던 고향 사람
시즈코 잡지사 기자로 사별한 남편 사이에 딸이 있고, 한동안 요조와 동거하며 만화 작가 일자리를 구해 줌
시게코 시즈코의 딸, 요조의 거짓 성격을 두 번째로 알아버린 아이
요시코 요조와 공식 혼인한 사람

주인공의_자화상으로_보이는_그림이_그려져있는_책_표지
인간실격 책 표지

 

 

줄거리 및 느낀 점

주인공 요조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요조는 마음이 너무 여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무서워 자기 자신을 온전히 잃고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에 당당히 맞서서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서기만 했던 겁쟁이 같기도 했다.

 

학교, 사회생활 부적응, 여러 여자와의 관계, 술, 마약, 자살 그리고 정신병원까지 일렬의 단어만 놓고 보면 분명 주인공은 책 제목처럼 인간 실격으로 여겨질 수 있다. 게다가, 요조가 성인이 되어서 한 몇몇 행동들은 현재 규율에 비추어 봤을 때 손가락질받아 마땅한 사건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매 상황마다 요조가 느꼈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감이 가는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예컨대, 요조는 유년 시절 아버지의 연설을 들은 아버지 지인들이 아버지가 없는 곳에서는 연설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이야기하고 아버지 앞에서 연설이 대성공이었다고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 순간 사람들은 얼마나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이중적인 감정을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 감추고 태연히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아주 혼란스러워한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은 서로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무관심하게 웃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해 간다는 것이었다.

 

요조는 어린 시절부터 그 대열에 끼기 위해서 거짓된 모습을 만드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본래의 성격과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로 사람들 앞에서 웃었고, 재미난 말투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리고 타인과 불화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부당한 상황에서도 한 번도 자기 자신을 대변하지 못했고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어 인생을 살아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번번이 빗나갔다.

 

나름 유복한 환경에서 요조가 이런 불안한 감정을 갖고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요조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 10명 남짓한 대가족의 막내였던 요조는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가족에게 인정받거나 칭찬받지 못했고,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항상 '말 잘 듣는 아이'로 커야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좋아하던 미술 분야로 가고 싶다는 말 조차 할 수 없었고, 그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정해진 학교로 진학을 결정하게 된다.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은 요조가 어릴 적부터 작은 관심이라도 받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 온 행동의 결과물이다. 아버지의 다정한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요조의 어린 시절을 안다면 누가 과연 요조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여리고 불안한 마음을 가진 요조가 험악한 세상과 홀로 마주하고 섰을 때 받았던 상처를 생각하면, 그저 조용히 다가가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여 포기한 채 세상에 맞추어 살아간다. 그런 시간이 지속되다 보면 부당하다 생각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게 되고, 결국 처음 느꼈던 부조화에 대한 상념은 무뎌지고 만다. 하지만 요조는 그럴 수 없었다. 요조 자신은 자신의 거짓된 모습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모습과 본래의 모습 사이에서 끝내 타협을 찾지 못했다. 이런 끝없는 혼란이 결국 요조를 술의 세계로 마약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고, 세상과 단절하게 만들었다.

 

가끔 한참 사람들과 어색하게 웃으며 대화를 하고 나서 돌아서면 한없이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다.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예의 없는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될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궁금하지 않은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러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저 사람들 중 몇 명은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고, 내가 먼저 나서서 '이건 아니야!'라고 외치면 '그래, 맞아!'라고 맞장구를 쳐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 또한 잃어버린 본래의 나를 찾는 행동이라기보다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무리를 찾고 싶은 발버둥일 뿐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결국,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남들과 '다름'을 무서울 만큼 두려워하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그 대열에 발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초라한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치며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 세상에 비치고 있는 나의 모습은 원래 내 모습이 아니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 말들이 과연 나의 본래 모습과 하나라도 맞는 것이 있는지 강한 의구심도 들었다. 자기 자신도 차마 스스로 말할 수 없었던 진실된 감정의 변화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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